즐거운 농부

처가집 동네 구경-경북 청송군 진보면

해바라기요양원 2011. 2. 5. 21:39

 설연휴를 맞이하여 처가에 갔습니다. 처가가 멀다는 핑계로  명절에 안가다가  정말 오랜만에 갔습니다. 처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보고도 절을 해야 하는 데

사람 나름인가 봅니다. 저 앞 맘모스제과는 집사람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 사모님이 하시는 빵집이라네요 ㅎㅎ

 처가는  청송군에 있는 면사무소 소재지에 있지만 군청이 있는 청송읍 보다 더 번화하다고 합니다. 뭐 도시사람이 보면 거기서 거기겠지만요.

경북 내률지방인 안동에서 동해안인 영덕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여 예전부터 청송에서는 제일 발전했다고 하네요.

상주-영덕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이 도로가 개통 되면 이곳을 통과하는 통행량이 줄게되니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덜 번잡할 것 같습니다.

 진보중고등학교...시골학교 치고는 규모도 크고 시설도 최신식이네요.

 큰 길 뒤에 있는 오래된 재래시장엘 가 봤습니다. 지금도 5일장이 서는 곳입니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고향의 시장도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힘들여 농사일 하던 농부가 장 구경을 핑계로 농사일 땡땡이 치고  막걸리 한잔으로 그동안의 고된 피로를 풀던 대포집...후덕한  주모가 아양을 떨며 뛰어 나올 듯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저 구석에 있는 것과 비슷한 가게에서  하루도 쉬지않고 이십여년 동안 과일을 팔아 우리 6남매를 키웠답니다. 찬 겨울 바람이 사정없이 부는 데 옷도

변변한 것 없이 그렇게 장사를 하셨죠. 명절때면 저도 배달하느라 힘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장인 장모님도 저 골목  한켠에 가게를 얻어 그렇게 장사해서 집사람과 처남들을 키웠을 것 입니다.

 장날에는 이 골목이 사람으로 가득찼을 것입니다.

 장날에는 학교를 마치자 마자 장 곳곳을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녔죠.

 장보러 오신 할머니나 만나면

 찐빵도 얻어 먹고,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얻어 먹으면 하늘을 날라가는 날이었죠

 왠만한 옷 수선은 집에서 했기 때문에 이런 옷수선집은 멋쟁이나 찾던 곳이었겠네요

 원숭이 끌고 다니며 회충약 팔던 약장사, 대장간, 고무신 때워주던 사람, 뻥튀기 장수, 고물갔다 주면 엿바꿔 주던 엿장수.....

명절때면 줄서서 떡방아 찧고, 참기름 들기름 짜가던 집.. 참 그리운 시절입니다. 아들 딸에게 구경시켜 주었더니 그냥 나가자네요 ㅠㅠ

애들이 이런 곳을 보면 "지저분 하다" 이런 생각이나 하지 아빠.엄마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이 있던 곳이라는 생각은 안들겠죠..

황단보도.. 두 칸씩이나 걷는 이 사진이 잘 못 됐다고 

 우리딸이 직접 해 본답니다. ㅎㅎ

 이곳도 날이 추워서 얼음폭포가 생겼네요. 그동안 눈은 오지 않았지만 날씨는 무지 추웠답니다

 저 산 멀리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청송교도소가 있는 곳이랍니다. 10여년전만헤도 이 냇물에 각종 오물이 떠다녔는데 이 곳이 낙동강 임하댐 상류지역이라 강살리기를

열심히 한 덕분에 지금은 깨끗합니다.

 바람은 불지만 봄날처럼 따뜻합니다. 아들과 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네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그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들과 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정히 걸어간다면

 그 길도 외롭지도 무섭지도 쓸쓸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세월이 더 흘러 아빠 엄마가 앞에서 기다려 주지 못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