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진도 자연의 선물농장

없어서(?) 못 판 고구마-아쉬움을 뒤로하고 희망을 꿈꾸며

해바라기요양원 2010. 11. 20. 23:03

오늘은 숙소에서 마지막 보낼 택배 운송장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구마를 캐 보니

수량이 많지 않아 주문받은 것 보내기도 모자랍니다.ㅠㅠ 기껏 힘들여 홍보해준 누나/

집사람/ 게다가 이번엔 큰 처남댁까지 가세하여 주문을 받아 줬는데 생산량이 너무 적다보니

헛수고를 끼쳤네요.. 처음 고구마를 심을 때는 팔 것을 걱정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생산을

걱정해야 했군요..  번지수 잘 못 짚어서 형제자매 처남댁까지 불필요한 고생을 했네요

 

덕분에 우리 고구마가 사람은 아니니  '품절남, 완판녀' 아니고 ' 품절 고구마, 완판 고구마'가

됐네요 ㅎㅎ

 이곳 진도에도 이제는 서리가 내립니다. 초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르신들이 일찍 나와서 모닥불을 피셨네요. 이렇게 불을 피는 이유는 추워서이기도 하지만

안개가 공기를 덥혀 서리도 빨리 없애고(미리 피우면 서리예방 효과도 있나 봅니다)

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두면 나중에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답니다.  일하는 재미죠

 

 모닥불속에 고구마가 익고 있네요. 고구마 캐는 재미는 이런 것 아닌가요 ㅎㅎ

 풀속을 경운기가 쟁기로 갈고 어른신들이 고구마를 자루에 담고 있습니다. 저는 놀고

있냐구요. 경운기앞의 잡초 치우고 자루에 담긴 고구마 나르는게 저의 임무죠..

제 생각에는 제일 힘든 일이랍니다 ㅠㅠ 저런 방법은 원시적인(?)방법이고 요즘은 땅속

작물 수확기라는 것을 트랙터에 부착해서 캐는데 그렇게 하려면 두둑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금년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람도 고구마도 고생이네요.

 이제야 고구마를 다 캤습니다 면적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수확량이지만 땅에 들인 노력이

적은 만큼 적은 수확에도 감사할 뿐입니다.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내년 농사를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단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서 땅을

정리합니다.

 울퉁불퉁하던 땅이 트랙터가 지나가자 보슬보슬 합니다. 푹신푹신한게 감촉이 좋네요.

미친듯이 걸어봅니다. 사진찍어줄 사람이 없어 다행히 미친모습은 증거로 남지 않네요.ㅋㅋ

다음에는 CCTV를 설치할까요. 용인집에 앉아서 농장상황을 볼 수 있고..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트랙터 운전을 배워서 가족들 태우고 신나게 달려보고 싶습니다.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타고싶지 않겠지만 손자손녀는 무지 좋아라 할 것 같습니다.

(아들은 결혼안하고 혼자살겠다고 하는데 아직 어려서 그렇겠죠?)

식물이 가장 살기좋은  땅의 상태는 고체(흙알갱이) 50%, 기체(공기) 25%, 액체(수분) 25%

입니다. 흙알갱이만 있으면 땅이 너무 딱딱해져서 공기가 들어가지 못해 뿌리가 호홉을

못하거나 비가오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익사합니다.

 

땅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낙엽이나 볏짚 등을 넣어 썩게하여 흙속에 공기와 수분이 드나

들도록 공간을 줘야합니다. 그래서 보리나 밀 등 녹비작물(수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름으로 쓰기위해서 재배하는 작물)을 심어두었다가 봄철에 갈아 엎는게 좋습니다.

지금은 보리를 심기에는 늦었다고 해서 축협에서 소먹이로 쓰는 풀(Ryegrass)를 샀습니다.

가격이 무지 비싸네요.. 20Kg 한 포대에 무려 7만3천원(택배비 포함) 2 포대 40Kg을

샀더니 무려 14만6천원.. 쌀 80 Kg에 13만 얼마 한다는데 쌀보다 비쌉니다.

 

 

도와주시는 분이 씨앗 살포기로 뿌리고 있습니다. 참 편리한 기계입니다. 2천평도 30분이면

뿌려버리네요

사람이 손으로 뿌린다면 아마 한나절은 걸리고 고르게 뿌려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바가지에 씨앗을 가득 담아서 손으로 밭에 뿌려봅니다. 재미있네요.

불도저앞에서 삽질하는 것이랑 비슷하죠 ㅎㅎ 뭐 내맘 아닙니까? 내 땅인데 ..이런 맛이죠

 어쨌든 우여곡절꿑에 시작한 고구마 농사가 끝났습니다. 적자는 났지만

평소에 저를 도와준 고마운 분들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아버지께서는

친척/친구/지인분들에게 원없이 한 턱 쏘실 수 있어서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벌써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실 때 이렇게 추억을 같이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 떠오르는게 없던 어린시절 고향의 추억을 이제라도 만들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동네분들은 '뭘 하려고 고구마를 심었나? 차라리 대파나 배추를 심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라고 하십니다.. 그 말씀은 저의 주머니 사정을 염려해서 하시는 말씀이죠.

 

하지만 대파나 배추를 심었다면 적자는 면했겠지만 많은 분들과 고구마를

나눠먹는 즐거움은 못 누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밭에서 키운 대파나 배추는

누가 키웠는지도 모른채 소비자들 밥상에 올라갔을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농사는 소비자가 본인이 드시는 농산물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아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즉, 믿을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고 그저 값싼 농산물을

찾는 분들 보다는 농사짓는 사람의 얼굴을 알고싶어하는 고객들을 원합니다.

 

제가 직거래를 하는 이유는 값싸게 팔려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농업선진국들과 FTA를 체결했을 때 우리 농업이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정무역에 관련하여 착한소비 운동이 있습니다. 커피,바나나, 코코아 등이 제3세계 국가에서

어린이들이나 부녀자들의 저임금과 부당한 노동조건 아래서 생산되어 값싸게 먹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하여

제값받고 소비하자는 운동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멀리  제3세계의 어린이나 부녀자 뿐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농민들이죠. 제3세계에서는 농업자본가에 의해서 가혹한 일이 일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이것이 해결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0년 후 70-80세된 농민들이 은퇴했을 때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죠 .

 

내일 오전에 택배보낼 준비하고 오후에 보내면 금년 고구마 농사는 끝입니다.

하도 수확량이 적어서 탈탈 털어 가야 할 것 같네요.. 재고걱정 안해서 다행인가요??

아직도 맛보기라도 드려야할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는데 마음에 걸리네요 ㅠㅠ

한마디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내년에 더 잘 할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갑니다.

우리뒷산에 고사리가 많이난다는데 내년 봄에 가족들과 함께 고사리 꺽으러 와야겠네요 ㅎㅎ

 

고구마 먹는 즐거움은 내년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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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마침내 마지막 택배를 준비합니다.

 

 택배차에 싣고

 떠나 보냅니다.. 시원섭섭하네요..

저도 그리운 가족들 곁으로 떠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