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진도 자연의 선물농장

다시 고구마 캐러 진도가는 길

해바라기요양원 2010. 11. 10. 23:15

서울일을 마무리 짓고 다시 진도로 고구마를 캐러 갑니다. 날씨도 추워지는 데 이번엔 끝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여백제휴게소에서 잠시 쉽니다.

 지난번 갈 때는 모든게 불투명했습니다. 고구마를 캘 수나 있을지... 어떻게 캐야 할 지.. 캔다고 해도 팔 데나 있을 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캘 것인가 말 것인가 한시간 마다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길은 이미 주문받은 것이 있어 그때보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형제자매들 처남매제들이 열심히

영업을 해서 고구마 캐기도 전에 선금을 받아 입금까지 시켜줬으니 안 캘 수가 없네요. 형제자매 많은 것이 이렇게

좋네요 ㅎㅎ

 이번엔 제대로 캐고 선별도 제대로 해서 주문받은 것을 잘 배송해야 할텐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혹시 고구마

피해나 입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난번 택배사무소에 갔더니 작년에 어떤 분이 고구마를 대량으로 판매

했는데 추운 겨울에 배송을 하다 보니 고구마가 찬바람에 동해를 입어서  회수하고 재배송하느라 큰 피해를 입어

망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더 걱정이 됩니다.

 금전적인 피해도 크겠지만 고객들은 상한 고구마를 보냈다고 오해하셔서 신뢰가 깨진다면 더 치명적이었겠죠.

충분히 숙성을 시켜 배송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한겨울이라 그래도 따뜻할 때 배송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메뉴는 고구마 돈가스.. 고구마 농사꾼은 먹는 것도 고구마 ㅎㅎ 제법 맛있네요.. 설탕을 조금 가미한 듯

 다행히 진도는 그리 춤지 않았는지 고구마를 캐보니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 부터 본격적으로 캐야할 것

 같아 어르신들을 찾아갔습니다. 무척 반겨하며 지난번 가져간것은 다 팔았냐? 손해는 안봤냐? 일당을 너무 후하게

줬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정신없이 말을 거시네요

올해 농사는 당연히 적자죠.. 하지만 실패를 통해 여러가지를 배웠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적자난 것이 다른 사람보다 일당을 조금 더 후하게 받은 것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 하는 순박한 어르신들....

70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서 순박한 마음이 땅을 닮았습니다.

땡볕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것에 비하면 그것도 적습니다. 사실 제 마음은 더 드리고 싶은데.. 다음에 돈벌면 더 많이

드릴께요 ..ㅎㅎ

 

자녀들 모두 커서 외지에 사시는데 가을되면 바리바리 택배꾸러미 만들어 보내신다고 하시네요.

자녀가 6명이니 이것 저것 조금씩 싸다보면 박스가 한 집에 두세개씩.. 가볍게 20여개가 된답니다.

 

"내 죽으면 이걸 누가 보내나? " 오직 자식걱정입니다... "어르신...제가 대신 보내드릴께요.. 그래야 저같은 사람도

먹고살죠.. 지금 어르신 처럼 이러시면 누가 제것 사겠어요 ㅎㅎ"

농담삼아 말하지만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때가 되면 누가있어 제 고구마밭 농사를 도와 주실까요???

아파트 분리수거하는데 가면 시골집에서 보낸 택배상자가 버려져 있는데 여기 시골에서 사려면

10Kg짜리는 1500원 20Kg는 2000원 거기다가 택배비 5000원이나 8000원 합하면...ㅠㅠ

자제분들에게 어머니의 정성을 보내는 댓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받으시는 분들은 그 정성을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내일은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온다더니 하늘엔 구름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