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진도 자연의 선물농장

돈까지 미리 받고 안캘 수가 있나요

해바라기요양원 2010. 11. 15. 13:22

다시 찾은 고구마 밭.. 아직 캐야 할 면적이 지난번 캔 면적보다 더 넓은 것 같습니다..

 고구마 캘 일에 암운을 예상하듯 하늘엔 잔뜩 구름이 꼈네요. ㅠㅠ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수) 일하기로 한 사람이 달랑 여자분 3명.. 40대 1붐, 70대 2분..

경운기를 가진 남자분이 오셔야 하는데 한분은 농사철 끝나 광주에 사는 집으로 가버리고

한분은 인근 산업단지 공사장에 일하러 갔다네요.

그나마  3분 중에  한 분은 오후엔 광주 자녀집에 일있어 가야 한다네요. 점입가경입니다.

이 넓은 밭을 여자 세명에 저 한명이 어쩌라고..

 

구석기 시절도 아니고 순전히 인력으로만 캔다는게 엄두가 나지 않아 내일 경운기 오면

캐자고 하렸는데 그래도 시골구석에 이 분들이 일당받고 일할 곳이 여기니 하루 공치게

하는 것은 미안해서 일단 해보자고 합니다. 

농촌은 현금이 귀해서 저도 어릴때 학교 준비물 살 때 계란들고 가서 샀던 기억이

납니다.

 

아! 정말 무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구석기 시대는 아니고 철기시대라서 호미와 괭이는 돌이 아니라 철로

돼있다는 것 이죠.

 

그 다음날(금)은 드디어 경운기가 도착했습니다.

경운기가 밭을 갈고 사람들은 줍기만 하면 되니 어제보다는 훨씬 편하죠.

기계가 밭을 뒤집어 엎으니 제 맘도 후련합니다. 그동안 공기가 잘 통하지도 않고

햇볕도 들지 않았을 텐데 얼마나 시원할까요.. 가려운 등을 긴 손톱으로

피나게 긁을 때의 그 후련함이랄까?

 

수확량이 많지 않아 오늘까지만 캐고 나머지는 트랙터로 엎어 버리고 내년에나 잘하자

생각하고 있는데 마지막 30분 동안 캔 것이 색도 좋고 맛도 더 좋아 또 포기할 수가 없네요.

땅속에서 일주일 동안 숙성이 되었나 봅니다..  그래 내일 하루만 더 해보자...

 

다행인 것은 아들이 낙담하고 있을까봐 새벽차 타고 출발하신 아버지가 점심때 도착하셨네요.

아버지는 내 인생의 에너지 인가 봅니다 ㅎㅎ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밤에 추웠는지 처음으로 서리가 내렸네요

오늘은 여자분 2분만 나오셨네요 ㅠㅠ

어제 내일도 열심히 해보자던 경운기 아저씨 왜 안나오셨나? 했더니

동네분이 유자딴다고 그리로 가셨다네요..

그럼 그렇다고 말을 미리 말을 해야지 아침에 안나와 버리면 어쩌라고 ㅠㅠ

목포에서 인부 불러다 유자따는 곳으로 보내겠다고 하니

유자따는 것은 더 어려움 일이랍니다. 유자에 가시가 많아 무지 찔린다고 하네요

경헝있어고 힘들답니다..

 

날 버리고 갔으니 유자따다가  가시에 X침이나 맞아라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오늘은 어제 캔 것 선별해서 상자에 넣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85세된 어르신까지 나와서 일을 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서두느라 선별이 잘 못 돼서 고생했기 때문에 이번엔 한 곳에 모아놓고

선별을 하니 비교적 고르게 선별을 할 수 있었습니다.

 11/11(수), 11/12(목), 11/13(금) 사진이 없는 이유는????? 사진찍을 마음의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안찍었습니다..

 

11/14(토)일 되니 좀 정리가 됩니다. 컨테이너 안을 정리하고 주문받은 것 택배로 보내려고

송품장 씁니다.. 이것도 장난이 아니네요.. 일단 70장 썼습니다.

 간이 주방이죠 ㅎㅎ 라면하나 삶아먹을 시간이 없지만 정리해 두니 그럴 듯 합니다

 선별한 상자를 한 곳에 모아둡니다. 특품인지 중품인지.. 하품인지 명확히 구분을 해 둬야

보낼 때 잘 못 보내는 일이 없습니다. 이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죠.. 서둘다 잘 못 보내면

받아보시는 분은 기분 무지 상하시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멀리 주인이 다른 일 한답시고 내 팽겨치고 간 경운기가 외로이 서있습니다..

그 뒤에는 아버지께서 거센 바람속에서 작은 고구마 줍고 계십니다. 그렇게 그만두시라고...

일 할 사람 붙여 주겠다고 해도.. 직접 하나라도 주워서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으시다는데..

요즘 사람들이 받아보고  고마워 하기 보다 싫은 생각이나 안했으면 합니다.. 자식이 키운

고구마가 아까워서인지 바람속에서 3일을 주우셨는데 나중에 보니 50 상자 정도네요..

작은 고구마지만 맛은 똑 같으니 애들은 좋아할 둣 합니다.

 지난번 고구마 순 뽑을 때 어설프게 힘만 쓰고 일하다가 얻은 영광의 상처.. 오른쪽 새끼

손톱은 빠지기 일보직전이고

 왼쪽 새끼 손톱은 다행히 빠지지는 않을 듯 합니다

 점심 식탁입니다.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서 아침에 식당에서 싸온 밥과 함께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택배아저씨가

도착해서 일단 보류합니다..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이 따로 없네요

 일단 80여개를 보냅니다 일요일인데도 가족들이 나들이 삼아 오셨네요.. 참 성실한 분입니다

지난번에는 밤 11시 30분에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가져가시더니 ...

 밤에 모텔방에 앉아 또 송품장 작성합니다.. 아버지께서 눈을 찡그려가며 친구 친척분들

주소를 점검하고 계시네요.. 다은 친구들 부모님은 돌아가셨는데 저는 부모님이 정정하셔서

힘을 넣어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부모님은 늙그막에 자식 때문에 고생한다

생각하실까요? 금년에는 일벌이기 좋아하는 아들 뒷치닥거리 하시느라 서울 용인 진도로

정신이 없으셨네요)

11/15(월) 아침 아버지께서는 일단 서울로 가시고 저만 택배 보내러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정리하신 상자들입니다. 저나 아버지나 평생 몇번 택배보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이젠 전문가가 된 것 같네요..

 택배 사장님 하고 같이 열심히 실었습니다.

 몇개를 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택배사무실 가서 확인을 해 봐야죠.. 3일 일한

성적표입니다 어제 80+ 오늘?=?

 드디어 2차 고구마 발송했습니다. 날씨 추워진다는 데 운송도중에 얼지나 않아야 하는데...

택배 사장님 말씀은 밭에서 가정까지 배달될 때 8번을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한답니다.

그 와중에 우리 고구마도 추위에 떨까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고구마는 추위에 약한데..

농사는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맞네요.

 택배차 떠나고 난 들판은 휭합니다. 나머지는 캘까 말까 또 고민을 합니다..

그때 ....띵똥.. 문자가 옵니다. 오빠 메일 보낼께...

이종 사촌여동생이 고객분들에게 선물해야 한다고 20여개를 주문합니다,

 재고가 하나도 없어서 캐 봐야 안다는데 일단 돈부터 입금하겠다고 하니 또 안 캘 수가

없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게으름 피울까 아니면 돈 안된다고 포기할까, 일벌이기 좋아하고

뒷마무리 제대로 안할까봐 걱정되서 때맞춰 여동생, 누나, 사촌동생까지 돌아가며

재촉을 해 댑니다..

돈까지 받았는데 안 캘 수도 없네요..ㅋㅋ

 

하여간 부모님 형제자매, 사촌형제들까지.. 이렇게 극성이니 내년에도 고구마를

안키울 수가 없네요 ㅎㅎ

 

어르신들 집에 들려 단단히 약속을 합니다.  서울가서 일보고 와야하니

이번 목금요일에는 하늘이 두쪽나도 경운기 앞세우고 어르신 3분 똘똘 뭉쳐 캐보자고..

(마침 오늘 내일은 추워서 캘 수 도 없으니 하늘이 좀 쉬었다 하라고 여유를 주는가

봅니다) 이 계절에 고구마 캐는 사람이 저말고 있을까요??

 

이유야 어쨌든 없어서 못파니 행복한 농부가 틀림없습니다.

 

이제 버스타고 편히 집에 갔다가 수요일에 버스타고 편히 올 겁니다 ..

승용차는 진도터미널앞에 주차해 두고... 마음이 여유로워 피방에 앉아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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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2시 50분차 타고 정안휴게소에서 6시15분에 도착,  용인오는 버스를

6시 50분에 타고 신갈에서 내려 시내버스 타니 집에 8시 10분 도착...

5시간 20분만에...직접 운전해서 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게다가 비용은 1/3. MB정부에서 제일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고속버스 휴게소 환승입니다.

돈 안들이고 편리하고... ㅎㅎ

이런 아이디어로 나라를 번창시켜야 하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