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농부

조경교육을 받은 날(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

해바라기요양원 2010. 10. 16. 22:36

오늘 2010.10.16(토) 여주자영농고 강준철교수님이 조경특강을 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학교에 갔습니다.  

작년 경기귀농귀촌교육에 참가할 때는 매주 토요일 마다 오던 곳이었는데 벌써 일년이 다 되어 가네요.

세월이 무척 빠릅니다.

금년에는 농장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급히 꾸미다 보니 어설픈데가 많아 내년에는 제대로 꾸며볼까 생각하던 차에 이런 기회가

있어 좋다고 갔더니... 헉....그런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조경기능사 자격시험 대비 특강이네요  ㅠㅠ 

 

오전(09:00-12;20)엔 조경설계...제도판 위에서 아래와 같은 조경 설계도를 그려 보는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30분이라는데..

손놀림도 서툴고 무엇보다도 눈이 침침해서 선하나 그리는데도 안경을 벗었다 썼다... 이래가지고 언제 이처럼 멋진 도면을 그릴 수 있을까요 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눈이라도 밝았을 때 했어야 하는데... 아! 내가 3살만 젊었어도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외곽선을 더듬더듬 그리다보니 군대시절 생각이 절로 납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갔더니 행정병으로 발령받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챠트병(요즘은 군대도 PC로 문서작성해서 빔프로젝터로 브리핑 하겠지만 그 때는 문서작성은 고물타자기로... 브리핑할 때는

커다란 전지에 양식을 그리고  그 양식 안에  붓이나 매직 /칼라펜으로  글씨를 잘 쓰는 병사가 직접 손으로 써 넣었습니다...

이 글씨 잘쓰는  군인을 챠트병 이라고 불렀죠)의 부사수(졸병)...

 졸병이 하는 일은 챠트병이 글씨를 쓰기 쉽게 미리 전지에 자를 대고 양식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을 '박스친다'..고 했는데... 이걸 깨끗하게

못하고 줄이 삐뚤빼뚤..끝 부분에는 볼펜똥이 묻어 지저분...

나이도 어린 고참 챠트병이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그리고 하는 말...

"(나이 어린 놈에게 구박받으니)꼽냐? 꼽으면 군대 빨리오지 왜 이리 늦게 왔냐?? 다음부터는 새벽밥 먹고 와라"

 하여간 설계도 작성은 애로가 많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시간은 시공이론 2시간(13:00-15:00)하고 실습(15:00-18:00)

 

첫번째 과제는 벽돌로 보도블럭 깔기입니다. 사진은 쉬워보였는데  땅을 평평하게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낑낑대고 깔았는데....역시 벽돌의 높낮이가 맞지 않네요...교수님이 재시공 명령을 내릴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통과 ㅋㅋ

한두개가 낮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벽돌 간격은 비교적 좋은 것 같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봅니다.

만약 실제 공사현장에서 이렇게 공사를 하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벽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겠죠.

 두번째 과제는 나무심기... 나무심기야 아무렇게나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시험대비이니 제대로 순서를 밟아야겠죠.

일단 나무 뿌리의 1.5배 정도 구덩이를 파는데 이때 주의사항은 영양분이 많은 겉흙을 5cm정도 걷어내서 한곳에 쌓아두고

속흙은 다른 곳에 쌓아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심을 때는 구덩이에 전에 쌓아 놓은 겉흙을 먼저  넣고 나무 뿌리를 넣어 높낮이를 맞춰 본 다음 속흙으로 나머지를 채우고 발로 잘 밟아 나무뿌리가

공기에 노출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막아줘야 합니다..(뿌리에 감긴 테잎은 제거를 해야 하지만 이 나무는 실습용이라 다시 활용해야 하므로

그대로 심습니다... 실습 후에는 다시 캐서 다른 곳에 임시로 심어 둡니다... 이 나무 불쌍하죠.. 살아도 살은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죠..

빨리 실습용 신세를 벗어나서 제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줄 잘 못 서서 고생이 많습니다)

 다 심은 다음에는 지지대를 세워 바람에 뿌리가 흔들지지 않게 단단히 지지를 해 줍니다. 뭐 제가 심은 나무인데... 이 정도면 잘 자랄 것 같지 않습니까 ㅎㅎ

 판석으로 보도블럭 깔기.... Y자 형으로 맞춰야 한다는 데... 말은 쉽지만 실제로 맞추는 것이 쉽지 않네요..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아무래도

창의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떨결에  조경기능사 대비 교육을 받고나니 한편으로는 내 시력으로 조경기능사 시험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중에 조경공사 할 때

감독은 제대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길을 걸을 때 보도블럭이나 조경공사를 해 놓은 것을 보면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이래저래 트집만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같네요 ㅎㅎ

 

작년에 경기귀농귀촌학교 참가할 때 강준철 교수님이 수료후에도 언제든지 A/S해 드리겠다 하시더니..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하나하나

세세한 것 까지 자상하게 지도해 주시는 열정에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덕도 엄청나실텐데 천당 말고 더 좋은데는

없는 건가요. 정말 나중에 출세하면 강사료 두둑히 챙겨서 드려야겠네요... 20여년 후에??? ㅎㅎ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라 생각해도 될텐데 이렇게 오래오래 챙겨주시는 여주자영농고 교수님들과

이런 지원을 해 주시는 김병순 학장님의 자상한 미소가 떠오르며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