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부속농장으로 갑니다. 고구마 밭은 풀반 고구마반입니다. 친환경 유기농법 정도가

아니라 자연농법... 사실은 방치농법이라고 하죠. 심어만 놓고 풀 한두번 뽑아주고 끝.. 수확량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만 먹겠다는 게으른 농부의 농사방법입니다.

그러면 고구마는 어떻게 됐을까요.. 과연 달리기나 했을까요??? 하도 궁금해서

(디카를 놓고가서 핸펀으로 찍었더니 화질이 안좋네요)

 줄기가 약한 것을 골라 땅을 파보았더니 제법 굵직한 것이 딱하나 달려있습니다.

 농장에 와서 물에 씻고 조금 깍아 봤더니.. 어때요 간지나지 않습니까? 껍질 색도 이쁘고 속도 노란 것이

참 이쁩니다. 달콤한 호박고구마죠. 어쨌든 처음 수확한 것이니 집에가서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조금씩 나눠 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눌까 생각을 했는데... 어찌 되었을까요..

 3년 전에 심은 밤나무 중 한 그루에서 이렇게 밤이 달렸네요. 내년이 되면 제법 수확을 할 것 같아요.

고추는 상태가 너무 안좋습니다. 온도도 높고 비까지 많이 와서 안 매운 고추는 다 썩어 버리고 매운 고추만

썩지 않았네요. 너무 맵다 보니 세균이나 해충들도 달려들 엄두가 안나는 것 같아요. 자연이 주는 만큼만

먹어야 하니 이것만도 다행이죠.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니 햇볕에 놔둬도 잘 마를 것 같습니다.

 3주전에 심은 배추는 잘 자라고 있네요. 벌레들이 조금 먹었지만 제법 배추티가 나고 있습니다.

배추값이 비쌀 것 같다는 데.. 팔 것은 없어도 형제들 김장거리는 될 것 같네요.

 

 

 폭죽초입니다. 지난번 잡초 뽑다 이 것까지 실수로 뽑아서 다시 심은 것인데.. 다행히 살아났네요. 아깝지만

다른 가지를 잘라 버렸는데 그 덕분에 나머지가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大를 위해 희생한 小에게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대추열매에 눈이 멀어  그 열매를 그냥 뒀다 가지를 말라 죽인 그 대추나무... 역시 잘 살았습니다.

 가족들하고 나눠 먹으려던 호박고구마.. 見物生心이라고... 한 번 먹었더니 맛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꿀단지 속에 꿀 한 숟가락 몰래 퍼먹다가 결국 다먹은 것 처럼 ... 혼자 다 먹고 말았답니다...

맛있는 것 앞에서는 가족도 뒷전이네요 ㅠㅠ

 하늘에는 상현달이 둥실 떠 있습니다.. 농장에서 자고 싶지만 ...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막을 내렸네요..

우리 농장도 팔봉제빵점처럼 아버지 아들 손자손녀까지 대를 잇는 농장이 되었으면 좋겠는데...김일성 같다고

욕먹을까요??? ㅎㅎ

 

 요즘은 계속 비가 내리니 들판의 농작물들이 일조량 부족으로 잘 자라지도 못하고, 습기가 많으니 세균성 질병을 앓고, 흙에

습기가 많으니 뿌리가  썩습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 농작물까지 이러면 식탁물가가 엄청나게 올라 농민은 농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고통을 받을 것 같습니다.

 

봄에 심은 사두오이입니다. 딱 하나가 자랐네요. 크기가 대략 1미터 20센티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뱀처럼 생긴 오이라고 해서

사두오이입니다. 좀 징그럽죠. 저도 가장 싫은 동물이 뱀인데...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떠나서 대부분의 사람은 뱀을 싫어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흉년이면 농산물을 중국으로 부터 수입이라도 했는데 중국도 올해 수해가 전국적으로 나서 중국 자체에서 먹기도 부족

하다고 합니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율이 30%로 안되는데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산 하면 좀 낮게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것

마저 구경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쌀만은  풍년이라 금년에도 몇십만톤이 남으니 보관비와 쌀값차액보전금으로 몇천억이 들어가네 마네 해서

농사를 왜 짓느냐? 그 돈으오 수입해서 먹으면 안되냐? 농촌에 얼마나 돈을 더 쏟아 부어야 하느냐? 하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정부당국자들도 말로는 풍년을 기원한다고 하고 속으로는 풍년이 안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데 지금은 상황으로는 수확량이 많이 

줄 것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쌀이라도 남는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폭죽초라고 무지 이쁜 꽃입니다. 이것도 딱 한그루  자랐는데 옆에 잡초를 제거하다가 탄력을 받아서 무의식중에 뿌리를 뽑아

버렸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는데 일을 할때마다 생각을 하기 보다는 관행적으로 하는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심기는 했는데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작년에 심은 대추나무에 대추가 열렸습니다. 다른 나무에는 안열렸는데.. 원래 다 따버려야 영영분이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줄기, 가지도

튼튼하게 자랍니다. 즉 영양분을 영양성장을 하는데 쓰게해야 하는데 아까워서 그냥 놔뒀더니 어느 정도까지 잘 자라다가 갑자기

그쪽 줄기가 시들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열매에 과도한 영양분을 주다 보니 줄기는 영양분이 부족해서 죽은 것 같습니다.

 

사람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 잔재주를 부리면 어느 정도까지는 자라지만 더 이상은 크기가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원리인 것 같아요.

또 자식에게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해서 노후가 염려스러운 부모도 있습니다. 자식이 잘되면 다행이지만 세상이 능력있다고 똑똑하다고

해서 인정받고 잘 나가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 염려스럽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래 다른 가지는 살아 있어서 재빨리 죽은 가지를 잘라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남은 가지는 잘 살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다른 길을 준비해 둬어야 하는 것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같은 것 같습니다.

 

 하여간 올해는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서 전 국민이 다이어트 하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농업에 몸담은 저로서는 안타까은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농업이 중요하고 농사짓는 사람이 멸시당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것

입니다.. 그동안 농사짓는 지인이 고구마 하나라도 보내면 '뭘 이런 흔한 것을'이라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이 귀한 것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조그만 위안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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