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하루

배추와 행복전도사

해바라기요양원 2010. 9. 30. 22:51

요즘 온 나라가 배추이야기입니다. 기껏해야 한통에 3천원 하거나 가끔 배춧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트랙터로 갈아 엎었다는

그 배추로 알았는 데 금년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한 통에 만원이 넘는다니 만원짜리 현찰을 배춧잎 한장이라고 표현하던 말이 씨가

된 모양입니다.

 

서민들은 배추 한 포기 사기 힘들다는 소식이 잇다르자 높으신 분이 보고를 받고 앞으로 나는  '양배추 김치를 먹겠다'라고 했답니다. 

 그 보도를 보고 어떤분은 프랑스혁명때 안좋은 일을 당했던 어떤 분이 떠오른다 하시던데 저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행복전도사'가 생각

납니다.

 

"표정들이 왜 그래요? 김치를 꼭 배추로 담궈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그래요.. 마트에 가면 말만 잘하면 서비스로 그냥 주는 양배추 있잖아요.

그 양배추로 김치 담아 먹으면 되잖아요. 평소에는 비싸서 못먹는데 지금은 배추보다 싸니 이때 마음껏 먹으면 되잖아요..

이렇게 양배추 김치 먹는 우리는 행복한 겁니다... 야 ... 행복하다..  

 

 8월 20일에 심은 우리 배추밭입니다. 3백여개 심었는데 대부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방치농법이라고 하니 농사실력이 영 없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습니까??? ㅎㅎ 동네를 둘러봐도 우리집 배추가 가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점차 배추속이 차고 있네요. 얼떨결에 이렇게 잘 크고 있는데... 비결은 봄에 뽑아버린 잡초를 잘 썩혀서 퇴비를 만들어 충분히 밑거름으로

해 준 덕분인것 같습니다..그리고 진짜 비결은 심기는 제가 심었지만 부모님이 잘 관리하신 덕분이죠 ㅋㅋ

 

 사실 지금까지는 이 정도 규모의 텃밭을 가꿔봤자 왔다갔다하는 기름값도 안나왔는데 어쨋든 현재는 만원짜리 지폐가 땅에 누워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습니다. 물론 이 배추들은 팔 것은 아니고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 김장하는데 사용할 것입니다. 모처럼 목에 힘 한번 줄 것 같습니다.

 

배춧값이 비싸네 뭐네 해서 소비자들 불안해 하시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농사짓는 사람도 평생에 한 두번은 목에 힘 한 번 주고

사는 날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상시에는 농촌에 쏟아부은 돈이 어쩌고 저쩌고... 농촌에 돈 쓰지 말고 그 돈으로 외국서 수입해 먹자..

이런 말에 잔뜩 주눅들어 있었는데  쥐구멍에 해뜰날도 있어야겠죠. 그게 사람 사는 재미 아닌가요?

우리 배추도 비에 녹아버리고 땅에 수분이 많아 뿌리가 썩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대부분은 잘 크고 있네요.

무우밭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마트에 갔더니 무우하나가 4천원 가까이 하던데.. 중국배추 무우 수입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중국도 금년에는 비 피해가 커서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약 인분을 제대로 썩히지도 않고 을 거름으로 써서 기생충에라도 오염된 배추가

수입이라도 된다면 국민위생도 문제지만 그 여파로 배춧값이 한차례 더 요동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수입을 하더라도 부디 물량채우는데 급급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배추를 수입하기 바랍니다.

 쪽파는 왠지 부실해 보입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자라지 않아서 이겠죠. 사실 농촌에 수십조가 들어갔네 해서 일반 국민들은 쓸데없는데 

돈쓴다 생각하지만 농민들도 억울한 점이 많습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영농기반 즉, 농지정리 더 정확하게는 논을 농사짓기 좋게 정리하는 데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논에서

재배할 수 있는게 쌀이라 쌀이 과잉생산되어 그 피해가 농민에게 돌아오게 된 겁니다. 게다가 농지정리를 한 논은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로

분류하여 농사만 짓고 다른 용도로 전용을 못하므로 농민입장에서는 재산상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우엉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잠자리가 작은 날벌레를 잡아먹고 있네요.. 사람들에게는 곤충채집하는 만만한 놈이지만 벌레들에게는 사마귀와 함께 저승사자로 불리는

무시무시한 놈이랍니다. 

 농장에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고 있습니다.

 부디 얼마남지 않은 가을농사라도 잘 되서 농민도 살고 소비자들도 사는 풍요로운 가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26%입니다. 국민들로 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쌀만 95%입니다. 해마다 쌀이 남아 천문학적인 혈세가

낭비된다고 따가운 눈총을 받았습니다.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쌀마저 모자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쌀이라도 남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남는다고 뭐랄 것이 아니라 각종 인공첨가물이 잔뜩들어있는 간식거리를

줄이고 웰빙식품 쌀밥을 많이 드셔 주시면 어떨까요..

'행복전도사'가 다시 나왔네요.. 표정들이 왜그래요?

이상기온. 4대강으로 경작면적 감소... 채소값 폭등으로 김치 한 조각 마음껏 못먹고..고깃집에서 상추하나 눈치보며 달라고 해야 하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쌀이 있으니 간장 한종지만 있어도 우리는 행복한 겁니다 .. 야!... 행복하다... 

 

 

 

용인해바라기교육농장(http://blog.daum.net/yonginsun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