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한국농업 농촌을 생각한다

도시농부 도시농사꾼

해바라기요양원 2010. 3. 2. 21:42

시티파머, 새로운 삶의 방식

도시농부라는 말이 어느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며 농촌으로 내려가 한적한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번지고 있다.

생태도시 아바나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이미 많은 도시농부들이 도시농업을 행하고 있다. 주말농장은 물론이고, 스티로폼을 주워 흙을 담아 대문앞, 골목길, 옥상에서 상추를 키우고 고추를 따먹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불법이긴 하지만 가까운 동네 산기슭에도 여기저기 작물들이 심어져 있고, 울타리까지 쳐져 경계를 나누어 놓기도 했다. 무단점유형 도시농업의 형태이다.

그만큼 도시사람들도 농사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대부분이 농촌출신인 어르신들은 여기저기 빈곳만 보이면, 씨를 뿌리고 싶어한다.

무단점유형 도시텃밭은 가장 흔한 도시텃밭의 형태이지만, 문제점이 많다. 그만큼 경작본능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위에 도시농업의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다.

몇 년 사이 급속히 퍼진 '도시농업'과 '도시농부'란 말과 그 삶의 방식이 조명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도시사람들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일 것이다. 농사는 농촌에서 짓는 것인데, 먹고 살기 바쁘고 땅값 비싼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그리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노동에서 얻어지는 결과물. 이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농사이기 때문이다.


원칙있는 농사가 모두를 살린다.

그러나 자칫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없이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핵심은 바로 '살림'이라고 본다. 사람을 살리는 농사, 자연을 살리는 농사, 흙을 살리는 농사. 이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도시농사가 흐를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아서 일까? 베란다에서는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뭐,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작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농사를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베란다 농사도 생각하게 된다.
"지을 수는 있지만, 그게 잘 될까요? 햇빛도 많이 받아야하고, 공기도 잘 통해야 하는데..."


초보농사꾼이 첫 농사를 짓다보면 아무래도 사다먹던 채소들을 생각해서인지,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들 한다. 농사가 잘 안되었다는 것은 크기가 작거나, 수확이 적다는 말이다. 사실 당연한 결과인데 더 크고, 더 많은 수확물을 원한다. 농사가 쉬운 것이 아니기에 심는다고 다 잘되진 않는다. 물론 과학의 힘(화학비료, 농약)을 빌리면 좀더 쉽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도시농사는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앞에서 말한 살림의 원칙을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경농사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려야할 먹을거리를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게 과연 옳은 것일까?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위해 흙을 죽이고, 생태를 어지럽히는 것이 정당한가?


도시농부가 되는 지름길, 농부학교

그런데 이런것을 다 지키고 농사를 짓기란 쉽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할까? 배워야 한다. 다행히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강의를 열어 도시에서 농사짓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내가 도시농부가 된 것도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부학교'의 도움이 컸다. 올해로 8번째 도시농부학교를 여는 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업위원회는 2005년부터 도시의 텃밭을 운영하며 도시민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고, 도시농업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그 중심에 도시농부학교가 있다.

인천에는 작년부터 인천도시농부학교를 열어, 올해 3기를 모집중이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농업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가치를 도시에서 실현하자는 취지의 풀뿌리시민운동을 하고 있으며, 도시농부학교를 통해 친환경텃밭농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연두농부학교는 시흥시에 있는 연두농장에서 진행하는 농부학교다. 농(農)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와 함께 농사짓는 법에 대해 교육한다. 연두농장은 농을 통한 생태적 자립를 지향하는 농장으로 다양한 교육과 실험을 하고 있다.

인천도시농부학교 실습중. 모종을 직접 만든 후 물을 주고 있다.

실습텃밭에는 다양한 토종작물들이 심어져있다.

대부분의 농부학교는 2월~3월에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농사의 시작은 감자심기로 시작되는데 그 시기가 춘분정도이다. 그래서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하자는 의미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부학교 8기 http://www.refarm.org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인천도시농부학교 3기 http://cafe.naver.com/dosinongup
연두농장 연두농부학교 2기 http://cafe.daum.net/nongnyu


도시농업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도시농부, 시티파머라는 가벼운 말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가벼운 느낌이 원칙을 흐리게 해선 안될 것이다. 흙을 살리고, 도시를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도시농부가 진정한 농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