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한국농업 농촌을 생각한다

기적의 사과- 그 맛은 어떨까?

해바라기요양원 2010. 2. 27. 16:30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인간이 제 아무리 애써본들 자기 힘으로는 사과 꽃 하나 못 피워

손끝이던 발끝이던 사과 꽃을 피울 순 없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거야.

요 밭 가득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

 

꽃을 피운 것은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것을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것을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간신히 그걸 깨달았지.

그걸 알아채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만든다.

내 눈과 손이 곧 농약이고 비료다 

- 기적의 사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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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적의 사과의 맛을 어떨까?

직접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책에는 '맛이 없어서 소금을 치며 먹었다'는

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면 해마다 맛있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농사라는 것이 햇볕, 강수량, 바람, 온도, 영양분, 해충, 세균 등 농민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게다가 농약이나 화학비료까지 주지 않는다면 그 농작물의 수량, 모양, 맛은

말 그대로 '하늘의 뜻'에 따라야만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자연의 쓴 맛'을 봐야 할 것이다.

 

농민은 사과나무를 볼 때 마다 갈등을 할  것이다. 해충을 보면 농약을 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잎이 시들시들 하거나, 크기가 작거나, 색이 이쁘지 않거나, 수확량이 적거나, 볼품없다면 화학비료를

듬뿍 주고 싶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갈등의 연속이지 않겠는가....

 

'기적의 사과'가 가능한 것은 '농작물은 자연의 선물'이라는 농부의 소신도 있겠지만, 볼품없는 사과를,

맛이 없어도 변함없이 먹어주고 농부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색을 이쁘게 하기 위해, 웃자라면 상품성이 떨어져 제 값을 못받기 때문에 화초에나 주는 원예용 농약까지

사용하는 농민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것은 결국 유기농, 웰빙, 건강을 입으로 외치면서도  조금이라도 벌레먹은 것, 이쁘지 않은 것,

모양이 균일하지 않은 농산물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소비자들의 자업자득 아닐까

 

'자연의 선물'은 이쁘지도, 맛있지도, 곱지도 않은 못난이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벌레가 맛있게 먹어서 이쁘지는 않은 상추를 드시고 싶으세요? 아니면

 

 벌레가 무서워서 차마 먹지 못했을지도 모를 ... 그러나 이쁜 상추를 드시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