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농부

잡초를 뽑으며-게으른 농부의 변명

해바라기요양원 2010. 7. 29. 22:22

 오랬만에  부속농장에 들렀습니다. 보름만에 고추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고추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밭농사는 잡초와의 싸움이고 축산은 분뇨와의 싸움이라더니 장마철에 비가 한번 오고나면 잡초와의 전쟁은 절정에

다릅니다

 

 이렇게 잡초를 놔두면 농작물이 흡수해야 할 영양분을 뺏어갈 뿐만 아니라 햇빛을 가리고 바람이 통하는 것을 막아

 농작물의 성장에도 지장을 주고 각종 세균성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답니다.

 

자연이 주는 만큼만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초제는 커녕 풀 한 번 안뽑아 줬는데도 이렇게 제법 달렸습니다.

딸이 살을 빼는데 고추가 좋다고 하는데 안심하고 먹을 만큼 충분한 선물입니다.

 고구마 밭도 풀밭입니다. 풀이 너무 커서 고구마가 자라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눈물을 머금고 잡초를 뽑아 줘야겠죠..

사실 잡초는 억울합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인간들의 말을 믿고 같은 자리에 떨어진 셀 수 없이 많은 경쟁 씨앗을  제치고

어렵게 컸더니 인간들은 불필요 하다는 이유 하나로 가차없이 뽑아버리거나 농약을 쳐서 죽이니 이건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라는 잡초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하지만 인간세상에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 더 앞서는 세상이라 적자(適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강자(强者)가`결정하는 것이고

약자(弱者)는 그 결정에 따라 당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때 생산량을 늘려 경제성을 높이고  보기 좋고 먹기 좋게 하기 위해 흔히 말하는 농약을 칩니다.

농약의 종류는 크게 4가지 입니다. 첫째는 불필요한 풀 즉 잡초를 없애기 위한 제초제, 둘째는 농작물의 잎이나 줄기 열매 등을 먹는

곤충/벌래를 없에기 위한 살충제, 셋째는 곰팡이균 등 세균을 없애기 위한 살균제, 넷째는 지나치게 크게 자라는 것을 막거나

색을 이쁘게 하기 위한 식물 호르몬 조절제 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이 인간과 환경에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며칠 지나면 분해되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증된

 농약만을 사용하도록 하기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하지만`과학이란 그 당시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수준에 따른 미신일 뿐이며 몇년 후에는 지금은 몰랐던 부정적인 효과가 발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걱정하는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렇게 좋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벌레들이 먹고 작고 볼`품`없을 수 있는 친환경 식품과, 농약을 쳤지만 보기 좋은 식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두번째 이유는 현재 재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품종은 이미 종자개량에 개량(개량인지 개악인지?)을 거듭해서 덩치크고 보기에는

좋지만 병충해에 한없이 허약해서 농약이나 비료를 하지 않고는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이유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작물을 키운다면 그 가격은 지금보다 최소 5-10배는 지불해야 하는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호박꽃입니다. 사람들은 이 꽃에 벌이나 나비가  날라와서 암술에 수술에서 나온 화분을 묻혀주면 호박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은 위에 나오는 꽃들은 숫꽃이라 아무리 벌이 날라와도 호박이 생기지 않는답니다.

 호박은 이렇게 암꽃에 생긴답니다. 꽃부터 다르죠.. 오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쨌든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뜻있는 농부들이 농약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제초제를 줄이기 위해 검정 비닐을 씌우고 논에는 우렁이를 키운다던가... 살충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벌레들이 싫어하는 식물의

 발효 농축액을 희석해서 뿌린다거나 벌레 포집등이나 벌레들이 좋아하는 호르몬을 이용해 유인해서 잡고,

 살균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목초액이나 소주 식초 등 사람에 유해하지 않은 것을 많이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드실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농촌에서는 이런 친환경 농약을 뿌리는 것을 소독한다고 합니다... 화학농약은 농약치는 것..친환경 농약은 소독하는 것

제가 농장에 자주 안들리는 이유는? 잡초들이 가득차서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것... 잎을 갉아먹는 벌레들...

빨갛게 잘 익은 고추가 무름병으로 까맣게 썩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확 농약을 쳐버리는 건데....

 

제가 게으른 농부가 아니라 애써 게으르게 살려는 농부... 자연이 주는 선물 만큼만 감사히 받으려는 농부라는 것... 아시겠죠 ㅎㅎ

곧 죽어도 '자연농법'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 사실은 '방치농법'이죠.. 심어만 놓고 거의 알아서 크라는 무책임한 농부

 

우리 농장엔 벌레가 가득합니다. 어렸을 때 보던 방아깨비도 있구요. ㅎㅎ

 

용인해바라기 교육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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