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해바라기요양원/행복한 노인이야기

중간고사 보던 아들을 눈물짓게 만든 시-박성우님의 두꺼비

해바라기요양원 2012. 5. 25. 22:57

어제는 밤늦게 집에 왔더니 집사람이 하는 말...

중간고사 기간인 아들이 오늘 언어시험을 보다 시험에 지문으로 난 시를 보고

눈물이 쏟아져서 한동안 시험을 못봤다네요.

 

도대체 뭔 시인데 가장 긴장된 순간인 시험시간 중에 아들을 눈물짓게 했을까 궁금해서

제목이 뭔가 물어봤더니 두꺼비라네요..

두꺼비???? 두꺼비가 왜 아들을 울렸을까?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박성우님이라는 시인이 지은 두꺼비라는 시 더라구요

 

                  두꺼비  -박성우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울 아들을 울린 두꺼비는 진짜 두꺼비가 아니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70평생을 새벽부터 막일을 하시느라

두꺼비처럼 거칠고 투박해진 아버지의 손 이라는 것을 알게 됐답니다.

 

저도 이 글을 읽는 동안 눈물이 떨어지네요.

 

아들이 흘리는 눈물과 제가 흘리는 눈물은 다를 것 같아요.

 

아들은 아버지가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공부시키려고 평생을 고생하시느라

아빠의 손이 두꺼비처럼 거칠어지고

결국 두꺼비집처럼 생긴 무덤에 묻히셨구나라는

안타까움 서러움 슬픔 안스러움에 눈물이 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이 시를 읽은 저는

울 아들이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책임을 지는 때가 왔을 때

울 아들의 손도 두꺼비처럼 되지 않기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단한 삻이 되지 않기를,

지금부터 그런 압박감에 시달려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되지 않기를,

울 아들의 손은 무덤에 묻히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기를 ...

그래서 고달픈 인생이 아니라

행복하고 보람있고 존경받는 인생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눈물이 쏟아지네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드물다더니...

우리 형제들을 키우느라 두 손이 두꺼비처럼 되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보다

아들 걱정이 먼저네요.

어린이날(5월 5일)이 어버이날(5월 8일)보다 먼저인 것은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하여튼 이런 시를 읽고 눈물을 지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들이 사랑스럽고,

두꺼비같은 손으로 건강하게 사시는 부모님/장인장모님이 존경스럽고,

비록 수능시험때문에 공부를 하는지는 몰라도 이런 좋은 시를 가르치는

교과과정이 있어 다행입니다.(박성우 시인님 감사합니다)

 

아들아...아직 아빠손은 부드럽다...

니가 눈물지을 만큼 고생스런 인생을 살지 않았고

앞으로도 두꺼비같은 손으로는 살지 않을테니

더 이상 눈물짓지 마라...

이게 아들은 둔 모든 아빠의 마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