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하루

고구마 줄기 정리를 마치며-부모는 자녀들의 밑거름이다.

해바라기요양원 2011. 8. 27. 23:12

고구마 줄기 정리를 시작한지 어언 5일째..하루에 2-3시간씩 일을하려니 며칠씩 걸리네요. 길이가 60M짜리가 40여개니 총길이가 약 2.5 Km나 되네요.

오늘만 하면 2번째 줄기 정리를 마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힘을 내 봅니다.

 요렇게 자주색 잎이 섞여 있는 것은 호박고구마.

 초록색 잎만 있는 것은 밤고구마 입니다. 작년에는 호박고구마만 심었는데 금년에는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반반 심었습니다.

호박고구마는 성격이 까탈스러워 재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캔 후에 맛이 제대로 나기 위해 걸리는 숙성기간도 한달 정도나 걸려서 바로 판매를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금년에는 바로 먹어도 맛이 괜찮은 밤고구마도 심었습니다.

고구마밭 끝에 있는 조립식 주택... 마을안에 사시던 어르신 부부께서 금년에 새로 지어서 이사를 하셨습니다. 원래 사시던 집이 집은 어르신 소유인데

땅이 다른 사람 땅이었다네요. 벌써 몇십전 일인데 당시에는 땅값도 얼마하지 않던 시절이라 남의 땅에 집을 짓고 살아도 땅사용료는 없거나 일년에

쌀 몇말 정도 여서 굳이 남의 땅이라고 의식하며 살지 않아도 됐고, 또 내땅이 있다고 하여도 내 땅에 집을 짓자는 생각을 안해도 됐다네요. 

 

그런데 최근에 땅주인이 사용료로  매월 몇십만원씩을 달라니 시골살림에 그만한 돈이 커다란 부담이 되서 평생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어르신 땅인 논을

메우고 조그많게 조립식 주택을 짓게 됐습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논이 어르신 소유죠.

 수십년전에는 마을 뒷산에서 땔감을 해서 지게에 지거나  우마차에 싣고 용인 김량장(용인시내에 있는 전통 5일장, 현재도 매월 5일 10일에 성대히

장이 서고 있어요) 에 가서 팔아 생활비도 벌고 땅도 사고 했다네요.

 고랑에는 잡초들이 듬성 듬성자라고 있어요. 고구마 줄기에 가려 거의 크지를 못하는데 그래도 운좋게 자란 잡초들이 있네요.

 잡초들도 종족을 보존하려고 싸앗들을 잔뜩 품고 있네요... 이 씨앗들이 땅에 떨어지면 내년에 잡초를 제거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할까요..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직 익지 않았을 때 싹뚝 잘라버립니다. 잡초의 대를 끊어 약간은 미안하지만 ...  

 이 어르신은 이 동네가 고향으로 조상님으로 부터 땅 한 평 물려받은 것 없는데  젊었을 때 타지에서 제지공장 수위를 하시며 돈을 벌어 만여평의 땅을

사셨다네요. 그 알토란 같은 땅을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팔고, 결혼 시키느라 팔고, 아들 집사는데 보태시느라 팔아서 이제는 이 집 지은 땅과 앞의 논

천여평 남았다시네요. 자녀분들에게 '이 땅은 나 죽으면 알아서 하고 그 전에는 말도 꺼내지 마라'하셨다며 껄껄 웃으시는 어르신...

피 땀 흘려 가꾸던,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있는  옥토를 팔아야만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펐을까요.  

  그래도  그 땅 팔아 헛 쓰지 않고 자녀들이 독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해 주셨으니   그 자체가 보람이시겠죠.

 이제 드디어 5일간의 작업이 끝났네요 ㅎㅎ

  어르신 부부는 항상 집 앞에 의자를 놓고 자신의 논과 예전엔 자신의 땅이었던 논 밭들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조용히 앉아계시는 두분이 제 눈에는 두마리의 학처럼 느껴집니다.

  장인어른께서 예전에 큰 산도 있었고, 밭도 많이 가지고 계셨었는데 팔았다는  말을 듣고 울 집사람은 "그 아까운 걸 왜 팔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전 '당신이랑 처남들 교육시키느라 파셨겠지 왜 팔셨겠어'합니다.

 

 먼 훗날 울 아들 딸도 제게 물어 볼 것 같습니다... '아빠는 왜 그 땅을 팔아가지고.. 그 때 그 땅만 안팔았으면....'

 그 때 전 얘기 할 겁니다. '야 이눔들아. 아빠가 그 땅 팔아 술먹었겠냐? 허튼데 낭비를 했겠냐. 다 니들 먹여 살리고 교육시키느라 팔았지'

 

 그 어르신이나, 장인어른이나, 저나, 그 땅이 아깝거나 후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밑거름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