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하루

땡볕 아래서 감자를 캤어요-사먹는게 제일 싸네요 ㅎㅎ

해바라기요양원 2011. 7. 24. 13:45

오랜 장마가 끝나고 불볕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감자밭에 갔더니 비도 많이오고 날씨도 더워서 그런지 며칠 사이에 감자싹이 다 삭어 버려 흔적조차 찾기 어렵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날이 더워지면 땅 속의 감자들이 더위에 다 썩어버릴텐데 저 감자들을 어떻게 캐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일꾼을 불러서라도 캐면 좋은데 날이라도 선선하면 모를까... 불볕 더위에 밭일하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들도 있다는데... 일을 하는 사람도  힘들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힘들 것 같습니다. 캐지말고 그냥

놔둬 버릴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7월 18일 오후 5시경에 부모님이랑 같이 감자를 캐보기로 했습니다. 늦은 오후라고는  하지만 아직 열기가 남아있고 햇볕도 쨍쨍합니다. 한삽 한삽 열심히 한시간 정도

캐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 내립니다. 미처 대비를 못해 온몸이 비에 젖었네요.. 약 200 KG정도는 캔 것 같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7월 20일 새벽 5시반에 혼자 나갑니다. 선선한 시간에 해야 일의 능률도 오를 것 같아서입니다. 역시 시원하니 일이 훨씬 잘되네요.. 혼자

5시간 정도  캤더니  200 KG 정도 캤습니다.

7월 23일(토) 이제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은 형제들이 총출동 했습니다. 다행히 구름이 잔뜩 끼어서 덜 덥습니다.

땅 속에 있던 감자들이 세상에 나왔네요. 물기가 많아 바로 상자에 넣으면 썩기 쉽기 때문에  시원한 그늘에 바람을 쐬어 말린다음 넣어야 합니다.

감자 중에는 크고 잘 생긴 것도 있지만 못생기거나  벌레먹거나 일부분이 썩은 것들도 있습니다. 버리가 아까우니 깨끗이 손질해서  물을 부어 통속에 한 달 정도 넣어

둡니다. 한달 동안 발효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한달 후에 찌꺼기들을 거르고 물을 부어 헹구어 내면 바닥에 전분가루가 남는다네요.. 이 감자 전분으로 감자떡도

만들고 감자전도 부치고 ...여러가지 음식을 해 먹는다네요.. 어릴때 할머니가 해주던 감자떡 생각에 침이 고입니다. 만들기는 힘들어도 맛은 일품이었는데 40여년 만에

감자떡을 먹어볼 수 있겠습니다. 감자캐고 농장와서 가족들과 콩국수도 만들어 먹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학원간다고 못오고 어른들만 모였네요

우리 밭 옆에 깨 심던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힘들어서 내년 부터는 감자 농사 못짓겠죠?' 하십니다.

올해 감자농사를 짓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는데... '사먹는게 가장 싼 것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ㅎㅎ

20 KG 3 상자 심어서 400 KG 정도 캤는데 이것 저것 들인 것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는 사먹는 것이 싸네요. 만약 캐는데 일당주고 사람까지 불렀다면 적자가 더 커지네요.

가족들과 나눠 먹고 ..아는 사람 좀 나눠먹고..이런걸 위안 삼는 것 같습니다. 한달 뒤에 어머니가 해주신다는 감자떡이 기다려 집니다..

땡볕에 감자캐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편안한 휴일을 보내고 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