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가족

프랑스의 교육농장 운영

해바라기요양원 2010. 2. 25. 02:50

지자체가 운영하는 프랑스의 교육농장 운영

오현석


프랑스 농촌관광은 50년대 말 전통주택 및 농촌유적을 보전하기 위한 사회운동(Movement des Gîtes)에서 출발해, 프랑스 농업을 둘러싼 내외적 환경변화와 농촌공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새로운 서비스 활동영역을 창출해왔다. 2000년대 초 유럽의 농업강국인 프랑스 농업은 GDP 대비 2%를 하회하고 있으나, 농촌관광분야 총매출은 GDP 대비 1.4%에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관광총매출의 20-30%를 농촌관광부문이 담당하고 있다. 자발성에서 출발한 ‘운동’이 무시못할 지역관광 서비스시장을 창출한 것이며, 농촌관광부문은 ‘상업활동’과 ‘농업활동’의 중간쯤되는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법적지위를 가지고 영위되고 있다.

대중관광이 블루투어(여름철 해안관광)에서 화이트투어(겨울철 산촌의 스키관광)로, 이어 그린투어(봄, 가을철의 농촌공간)로 전환되면서 프랑스 농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중농주의’의 철학적 기초 위에 농촌관광이라는 서비스농업활동(Agriculture de service)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60-70년대 농촌지역의 은퇴자를 중심으로 민박(Gite/Pension) 활동에서 출발해, 80년대 농업정책이 후퇴하던 시기에는 농업인들이 경영다각화의 차원에서 체험활동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영역을 다각화 했으며, 80년대 말 농촌관광 활동이 새로운 법적지위를 얻은 이후로는 교육농장, 캠핑, 레저스포츠 등 새로운 사업영역이 개발되고, 지역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농촌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촌관광 현실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 농촌관광의 앞으로의 진화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체류활동은 도시부동산 자본에 원류를 둔 펜션시장에 선점당한 상태이고... 음식제공활동은 가동율이 일반식당에 훨씬 못 미치는 상태에서 일반식당의 가격수준을 상회하는 일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고...농촌관광의 계절성과 주중화 문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하나의 가능한 대안으로 프랑스의 교육농장 사례를 소개한다.

필자가 지난해 12월에 방문한 라페르트알레(La Ferte Alais)라는 교육농장은 90년대부터 본격화된 프랑스 교육농장의 새로운 모델이다. 교육농장의 기본개념은 주중에 학급단위의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해 교육적 가치가 분명한, 의미있는 활동을 전개하는 곳이다. 놀이중심의 단순한 체험활동이 아니라 아동들의 ‘호기심’을 기초로 농장에서의 교육활동이 전개된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전역에 1600여개의 교육농장이 인증을 받아 활동 중인데, 최근에는 지자체(꼬뮨)에서 직접 교육농장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알레농장 또한 그러한 곳이다.

알레농장은 파리근교에 위치한 교육농장으로서 지자체가 부지와 시설을 소유하고, 민간인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50세를 갓 넘긴 필립(Philippe)씨는 알레농장의 운영자로서 농업에 대한 철학, 농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여느 프랑스 농부들처럼 듣는 이로 하여금 감복을 준다. 그는 6년 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성년이 되어선 농업활동에 종신해왔던 자신의 터를 지자체에 모두 기증했다. 그 터에 지자체는 교육농장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고 그를 고용해 교육농장을 운영토록 한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이 평일임에도 몇몇 가족들이 아이들을 동반하고 이런 저런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몇 시간 전에는 파리 시내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클라스단위로 교육활동을 마치고 돌아갔단다. 알레 교육농장의 핵심테마는 ‘가축’이다. 가축의 일생과 인간의 일상이 어떻게 긴밀히 연계돼 있는지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구, 전문교사양성과정을 거친 두 명의 교육농장 교사들에 의해서 ‘교육적’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해서 연간 15000명 정도의 아동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등학생, 중년층 등으로 방문계층이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알레농장의 교육활동은 반나절 프로그램의 경우 3.5유로(한화 7천원정도), 한나절의 경우 5유로(1만원 정도) 정도이다. 지자체에 주거를 둔 아동들의 경우는 무료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농장이니 만큼, 방문객은 교육(운영)자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 않는다. 이용료는 농장에서 수납하지 않고, 지자체의 수납관련 부서에서 담당한다. 방문객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으로 알레농장 운영비의 절반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농장 사례로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알레농장은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 주민을 위해 ‘좋은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을 나서기 전에 운영자인 필립씨에게 물었다. “아동들이 이곳을 다녀가면 어떤 변화가 확실히 느껴지나?” 열정이 담긴 답변이 바로 돌아온다. “확실한 변화를 느낀다. 아이들이 동물과의 접촉에서 동물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 결국 그것은 사람을 존중하는 의식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교육농장 아닌가...” 우리의 농촌체험이 오감만족의 수준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발전으로까지 가기 위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사보 2009.09

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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