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하루

성형수술한 밭에 한땀 한땀 점빼고 기초화장합니다

해바라기요양원 2011. 4. 12. 21:30

 지난달에 흙을 새로 받아 성형수술한 밭에  축분 퇴비를 넣습니다.  이 곳은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를 심을 곳입니다.

계속 농사를 지어온 밭에는 300평에 50개 정도가 적당하다는데 이 땅은 전혀 거름기가 없으니 그 보다는 훨씬 많이 넣어줘야 합니다.

 가축 분뇨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이 퇴비는 20KG 1포대에 4,400원(부가세 포함)인데 농지원부에 등재된 농민에게는 부가세 400원을  면제해서 4,000원에 판답니다.

지역 농협에 가입한 조합원에게는 (조합마다 다르지만) 조합에서 보조금을 줘서 농지 100평당 10포대까지는 800원 정도에, 그 이상 추가 구입할 시에는 50%

 지원해서 2,000원 정도에 판매한다네요..

게다가 운반비는 별도로 농민이 부담해야 하니 조합원이 아닌 저같은 사람은 제법 큰 부담입니다. 최소한 200포대는 넣어줘야 하는데 ... 대인관계 넓은 집사람이 여기저기 수소문 해서 1,500원씩 일단 100포대를 구했습니다.  멀리 진천에서 온 퇴비네요

땅이 단단하면 차가 밭으로 들어가서 중간중간 던져 놓으면 쉬운데 땅이 물러서 트럭 바퀴가 빠져 차로는 나를 수가 없습니다 ㅠㅠ 할 수없이 조카가 기중한 썰매에

실어 하나씩 날랐더니 길이 났네요 . 학교때 배운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얼핏 생각납니다. 저 길 중에 나의 길은 어느 길일까요???

퇴비를 뿌리는 데 이것도 장난이 아니네요. 20kG짜리를 들고 흔들어 줘야 하니 ... .땅위에 그림을 그리는 듯합니다. 

 아직 반이 남았네요.. 일단 점심은 먹고 해야죠 ㅎㅎ

 다 뿌린 다음에는 퇴비가 한곳에 뭉치지 않게 갈퀴로 골고루 흩어 줍니다.  도랑치고 가게잡는다고 돌도 한 곳으로 모아 둡니다. 갈퀴 하니 돌줍기도 훨씬 편하네요

 해는 지는데 아직도 반이 남았네요 '날은 저물고 나그네의 수심은 깊다'는 옛 시조처럼 '날은 저물고 농부의 시름은 깊다'네요

 100개를 뿌렸어도 아직도 반 은 맨땅이네요.. 빨리 100포대를 더 구해서 기초화장을 단단하게 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아까 빠뜨렸던 100원 동전까지 찾았습니다.  진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뜬 운동복에는 사람들이  달려드는데

뙤약볕에서 농부가 한땀 한땀 정성들여 키운 농작물은 그 만큼 대우를 못 받는 것 같네요.. 이 땅의 모든  농부들도  콩한톨 고구마 하나  하나 하나에 이태리 장인 못지

않은 정성을 들이는 것을 알아주면 더 좋겠습니다.

 하늘을 보니 반달이네요. 곧 보름달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산(석성산)을 넘으면 우리집인데.. 이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힘은 들었지만 감자 고구마 옥수수가 자라 체험온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없던 힘이 납니다.